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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는 일어난다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7-19 11:40:29

본문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21세기의 사람들이다. 서로 태어난 시기는 다르지만, 2021년,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이 지난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같은 시대의 사람들인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같은 문화의 흐름 속에서 같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그런 속에서도 각자의 생각은 물론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비슷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성향은 비슷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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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된 일이지만 필자가 자동차 메이커에서 근무한 시기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이다. 어느 새 이렇게 오래 전 일이 돼 버렸다. 그때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의 영향력은 아직까지는 글로벌 메이커에는 이르지 못한 때였다. 그렇지만 모두가 고유모델 개발에 매진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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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필자는 미국의 이글(Eagle) 브랜드에서 새로 나온 비전(Vision) 승용차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신형 비전 승용차의 앞 모습이 1993년형으로 나왔던 4세대 혼다 프렐류드의 앞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보였다. 사실 처음 비전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필자가 프렐류드의 모습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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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인터넷이 없던 시대였으니, 즉시 검색해서 찾아볼 수도 없었다. 카탈로그나 모터쇼에서 찍어 온 사진 자료를 뒤져보는 게 유일한 ‘검색’ 방법이었다. 부랴부랴 혼다 프렐류드의 카탈로그를 찾아서 보니, 정말로 두 차의 앞 모습은 전체적인 구성과 이미지가 흡사했다. 그렇다면 나중에 나온 비전이 프렐류드를 베낀 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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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차의 출시 시점으로 보면 그렇게 보기는 어려웠다. 1993년에 1994년형으로 나온 이글은 그 당시에 5년 정도 걸리는 미국 메이커의 신차 개발 프로세스로 본다면, 이미 읻1989년에 디자인이 끝났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3년형으로 나온 프렐류드는 개발 기간이 미국 메이커보다 1년 이상 빠른 일본 메이커의 특성상 거의 동일한 1989년에 디자인을 완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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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이유로든 디자인이 유출된 거라면, 상대 메이커의 디자인을 참고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 신형차를 개발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한 모델은 세단이고 또 다른 모델은 쿠페이므로, 크기와 성격이 서로 다른 차에 같은 앞모습을 쓴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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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브랜드는 지금은 폐쇄돼 사라졌지만, 그 당시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에서 ‘크라이슬러(Chrysler)’ 브랜드와 함께 ‘닷지()Dodge)’, ‘이글(Eagle)’, ‘플리머스(Plymuth)’, 그리고 ‘지프(Jeep)’ 등의 한 브랜드였는데, 스포티한 성격의 차량들을 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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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형으로 등장한 이글 비전은 전륜구동방식의 중형 승용차(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대형)로 크라이슬러의 LH 플랫폼에서 개발된 것이었다. 크라이슬러는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글 비전과 닷지 인트레피드, 그리고 크라이슬러 콩코드와 LHS 등을 개발한다. 이들 네 차종은 같은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비례와 실루엣 등이 비슷했지만, 세부적인 디자인은 다르다. LH 플랫폼은 1980년대 중반 크라이슬러가 람보르기니를 인수한 시기에 거의 완성이 됐는데, 1988년에 크라이슬러가 발표했던 람보르기니의 콘셉트 카 포르토피노(Portofino)에서 잘 나타나 있다. 차체에서 실내공간을 이루는 캐빈 부분이 가장 큰 이른바 ‘캡 포워드 디자인(cab-forward design)’이 바로 이때 완성된 LH 플랫폼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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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혼다의 4세대 프렐류드가 비전 승용차와 비슷한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을 했지만, 사실 프렐류드와 비전, 혹은 크라이슬러의 LH 플랫폼은 직접적 연관은 없다. 다만, 우연히 비슷한 얼굴을 가지게 된 것이다. 혼다 프렐류드는 1978년에 1세대 모델이 나왔는데, 어코드의 쿠페 버전과도 같은 성격이었다. 이후 1983년의 2세대에서도 어코드 세단과 동일한 개폐식 헤드램프를 쓰면서 어코드의 스포티한 차종이 된다. 그러나 1989년형의 3세대 프렐류드는 1295mm의 낮은 차체 높이와, 엔진을 경사지게 탑재해서 납작한 인상마저 드는 후드 디자인으로 혼다의 전위적 디자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 된다. 이때부터 프렐류드는 어코드 세단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쿠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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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92년에 등장한 4세대 프렐류드는 차체 크기가 더 커지고 후드도 길어지면서 중형 쿠페로 변화하게 된다. 4세대의 변화의 폭이 매우 컸던 것이다. 차체의 크기나 전면의 디자인에서도 이전의 낮고 날렵한 슬릭(sleek)한 느낌과는 조금 다른 차가 된다. 사실 4세대 모델은 3세대, 혹은 2세대 프렐류드 모델의 분위기에 비하면 전혀 다른 차라고 할 정도의 변화였다. 팝업 헤드램프를 고정식 헤드램프로 바꾸었고, 그로 인해 구조도 단순해졌다. 사실 팝업 헤드 램프는 그 자체로는 멋진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헤드 램프를 올려주는 전동장치가 필요하므로 중량도 늘어나고 구조도 복잡해진다. 또 헤드 램프를 올렸을 때 공기저항이 크게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4세대 모델은 그걸 없애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게 된다. 이후 1997년에 등장한 5세대 프렐류드는 3세대와 비슷한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헤드램프는 팝업 구조 대신 고정식을 쓰면서 이미지는 조금은 밋밋해졌다. 5세대 이후 프렐류드는 단종된다.

비전과 프렐류드 두 차종의 역사는 이처럼 전혀 다르지만, 어느 시기에 그야말로 우연히 거의 같은 디자인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개발 과정에서 서로의 디자인에 대해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 결과일 수도 있다. 만약 어느 쪽이든 서로 비슷하다는 걸 먼저 알았다면 바꾸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비전과 3세대 프렐류드가 우연히 유사한 디자인을 가진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결국 필자가 느끼는 것은 디자이너를 포함해서 우리들 모두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 비슷한 감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틀을 깨는 것에서 또 다른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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