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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전기모터동력 스포츠 쿠페의 상상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10-24 16:36:45

본문

전기모터동력 차량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전기모터동력 시내버스를 타는 게 일상의 하나라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엔진동력 차량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적어서 쾌적한 건 물론이고, 저속 토크가 좋아서 운전스트레스가 적은 건 전기모터동력 차량의 핸들을 잡는 즉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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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회생제동 기능을 잘 활용하면 가속 페달의 조작만으로 가감〮속이 되므로, 소위 원 페달 드라이빙(one pedal driving)이 가능해 져 브레이크를 쓸 일이 줄어 브레이크 패드 마모에 의한 분진 발생이 적고, 패드 교체 주기도 길어진다. 여기에 엔진오일, 에어 클리너, 연료필터의 교체 등 화석연료 엔진에서 요구되던 주기적 정비가 필요 없어지므로 차량 유지비도 줄어들 걸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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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동력 차량이 100년 넘게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고민해왔던 문제들이 전기모터동력 차량에서는 마치 마법처럼 일시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엔진동력 차량과 전기모터동력 차량이 거의 동시에 개발되면서 경쟁을 했지만, 19세기에는 배터리 기술 발전이 크게 이루어지지는 못해서 전기모터동력 차량이 엔진동력 차량의 실용성을 따라잡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최신형 전기모터동력 차량에서는 전기의 저장이나 충전이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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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기모터동력 차량의 쾌적함이나 동력 성능이 엔진동력 차량을 능가하지만, 감성적 부분에서는 어떤 차이를 가지게 될까 하는 점이 필자에게는 궁금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같은 슈퍼카들은 배기음, 이른바 엔진 노트(engine note)도 차량 성능의 하나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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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에서 ‘조용한 힘’을 가진 전기모터동력 차량은 과연 엔진동력 차량의 역동적 감성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점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고출력 엔진의 상징인 배기음이나 테일 파이프가 사라진 전기모터동력 스포츠 쿠페가 나온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면서 그에 대한 상상을 가시화 시켜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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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차체를 전장 5,200mm, 전폭 2,000mm, 전고 1,200mm, 휠베이스 2,650mm 정도로 설정했다. 이 크기는 최신형 고성능 쿠페를 참고로 한 것이지만, 전고 1,200mm는 사실 매우 낮은 것이다. 스포티 쿠페였던 티뷰론, 투스카니도 1,310mm 정도였고, 실용적인 세단의 전고가 1,470mm 정도인 걸 감안하면 특히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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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전고는 고성능 차량의 주행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바닥에 배터리가 깔리는 전기모터동력 차량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할 때는 운전석 힙 포인트(hip point)의 확보가 어렵다. 그래서 1열 좌석 아래에 깔린 배터리를 모두 뒤쪽으로 옮겨 쌓아 올려야 했고, 그에 따라 초기에는 2+2의 좌석 배치를 생각했지만, 2열 좌석을 없애야 했다. 그런데 이건 단지 배터리를 옮기는 걸로 끝나지는 않을 문제다. 앞뒤〮의 무게 배분을 고려한 구조 변경이 차량 설계에서 필요하다. 그렇게 수정된 콘셉트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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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외부의 스타일은 고양이과 동물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했는데, 물론 고양이과 맹수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차량브랜드와 그런 디자인의 차량 모델은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과는 다른 감각의, 전기동력 차량만의 감성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고양이과 동물들의 생체 특징이 전기모터의 ‘조용한 힘’과도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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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쯤에 미국에서 제작된 TV 애니메이션 중에 ‘썬더 캣츠(Thunder Cats)’ 라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치타와 표범 등 고양이과 맹수를 의인화 한 것이 인상적이었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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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이미지로는 고양이과 맹수의 팽팽한 근육 이미지, 수직 동공(vertical pupils)의 눈, 역삼각형의 코 등을 차체 형태, 헤드램프, 주간주행등, 테일 램프 등 다양한 부분 형태에 응용했다. 그리고 차체 뒤쪽으로 옮겨 탑재된 배터리와 충전 장치로 인한 뒷부분 구조변화를 3분할 형태 유리창으로 마무리했다. 전기 충전 포트도 차체 뒷면에 역삼각형 유리창 형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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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모델링 단계에서는 맹수의 신체에서 나타나는 근육의 텐션을 차체에 표현하기 위해 곡면의 강약을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만드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게다가 학사 일정과 회의 등으로 여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뎠다. 그렇게 해서 기본적인 차체 면이 블록 상태로 어느 정도 완성된 게 3D모델링 착수 후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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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몇 주의 작업을 거쳐 차체의 주요 형태가 만들어졌고, 이후 얼마간의 작업이 더해져 전체 외부 형태가 마무리된 게 8월 말이었다. 물론 이때도 차량 실내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유리창을 불투명하게 렌더링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해서 완성된 모습은 좀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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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트림패널, 헤드 라이닝(head lining), 즉 천정 부분, 센터 콘솔, 좌석, 그리고 A, B, C 필러 트림 등 차량 내부를 구성하는 부품의 형상을 만드느라 다시 몇 주 동안 붙들고 있어야 했다.

그런 도중에 후드와 지붕의 가운데 부분에 크롬 몰드를 넣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롤스로이스 같은 럭셔리 세단에서나 볼 법한 센터 크롬 몰드는 스포티한 콘셉트의 차량과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음에도, 크롬 몰드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후드와 루프에 센터 크롬 몰드를 만들어 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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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앞 범퍼의 양쪽 측면과 도어에 부착된 후방 카메라에도 마치 맹수의 발톱 같은 느낌의 세 줄 크롬 몰드를 만들어 넣었다. 물론 이들 ‘발톱’ 형태는 장식이지만, 공기흐름을 유도하는 스트레이크(strake) 역할을 한다. 실제로 보트 선체의 밑면에도 물의 흐름을 유도하는 긴 스트레이크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울러 도어 핸들을 플러시 타입으로 만들면서 그 테두리에도 가는 크롬 디테일을 넣었다.

이렇게 소소한 크롬 부품을 더해 놓으니 샤프한 맹수의 이미지가 강조되는 인상이었다. 사실 크롬을 쓰는 필자의 취향이 촌스러운 걸 수도 있지만, 크롬은 반짝이면서 주변의 풍경을 반사해 보여줌으로써 풍성한 이미지를 주는 특성이 있어서, 적절한 크롬의 사용은 높은 퀄리티의 인상을 주게 된다. 게다가 크롬 작업을 하는 내내 사실 즐거웠다. 이런 디테일들이 멋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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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색은 노랑으로 했다. 모델링 과정에서 화이트 펄(white pearl)도 입혀보고 이탈리안 레드(Italian red)도 시도해 봤지만, 노랑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렇게 3개월 반의 시간이 지나 이제 어느 정도 차량의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정도가 됐지만, 손대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 게다가 엔진동력 차량이 가진 감성 요소를 대신할 만한 아이템을 찾아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고양이과 맹수 눈의 수직 동공 이미지나, 팽팽한 근육이 주는 전기모터동력 차량만의 조용한 힘을 암시하는 추상성은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업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그간 고양이과 맹수의 유연함을 나타내는 데에만 치중해서 좀 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해오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이후에는 혁신적 시도를 해야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정측면 3D 렌더링을 보여드리면서 전기모터동력 스포츠 쿠페를 위한 그간의 상상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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