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활용성을 위한 차량, 그리고 다양성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
승인 2021-12-24 11:47:10 |
본문
새해에는 거대한 크기의 미국 픽업 트럭과 SUV가 국내 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SUV, 나아가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미 미국 시장은 SUV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SUV보다는 스테이션 웨건이 공간활용성이 높은 차량으로 보편적으로 쓰였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일반적으로 웨건(Wagon)이라고 불리는 차량의 정확한 명칭은 스테이션 웨건(Station Wagon)이다. 스테이션 웨건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역마차(驛馬車) 정도의 우리 말로 풀이된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에는 유럽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는 스테이션 웨건(Station Wagon), 혹은 스테이지 코치(Stage coach)라고 불리는 마차가 있었다. 이 마차들은 때에 따라서는 많은 양의 짐을 싣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여러 사람들을 태우고 역과 역, 혹은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가곤 했다. 그런데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그런 형태의 마차가 그대로 자동차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스테이션 웨건 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로서 스테이션 웨건은 대부분 승용차의 뒷부분을 늘려서 개발되는 게 보통인데, 차체 구조로 본다면 2박스(box)의 해치백(hatch back) 구조를 가지게 된다. 즉 승객실과 화물실이 이어진 공간으로 만들어진 구조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실내와 엔진 룸 각각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된 2박스이며, 뒤쪽의 테일 게이트(tail gate)가 열리는 해치백 구조의 차체를 가지는 것이다. 즉 세단형 차체에서 뒷좌석으로 분리된 트렁크를 개폐식으로 연결하고 트렁크 리드를 크게 키운 형태가 되는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웨건이 세단형 승용차를 변형 시켜서 만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승용차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SUV는 트럭을 기반으로 한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SUV는 크로스오버 콘셉트이기에 승용차에 더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본래의 미국식 SUV는 사다리형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로, 트럭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사실 1930년대까지 미국의 승용차들 대부분이 동일한 구조였다. 즉 승용차들도 사다리형 프레임에 차체를 얹은 구조였던 것이다. 그래서 1936년형 서버번 차량은 SUV가 아닌 승용차였다. 물론 이때는 SUV라는 용어나 개념도 없었던 때였다. 그래서 승용차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지상고와 차체를 보여준다. 심지어 오늘날의 SUV가 더 낮은 차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무게를 줄여서 연비를 높이고 가속 성능을 높이기 위해 승용차는 사다리형 프레임 대신 일체구조식 차체, 이른바 모노코크 바디(Monocoque body) 구조를 가지게 되면서 플로어도 낮아지면서 차체도 낮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프레임 구조는 그대로 남아 픽업 트럭과 SUV로 발전된 것이기도 하다.
결국 프레임 구조는 보다 견고한 차체를 가지면서 공간 활용이나 화물 운송 기능이 중요한 차량으로 발전되었고, 승용차는 공간을 늘린 스테이션 웨건으로 발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미국 시장에서 오히려 승용차 기반의 스테이션 웨건은 거의 볼 수 없고, 그 자리를 모두 SUV가 메우고 있다. 그리고 정말로 공간 활용성이 높은 차는 캠핑카로 발전되기에 이른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공간활용성을 높인 캠핑카가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캠핑카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이유는 물론 여가를 중시하는 가치관의 확산도 크겠지만, 우리나라의 세컨드 카(secound car) 구매율과의 관계도 있을지 모른다.
세컨드 카로 대형 SUV를 구입한다는 것이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는 건 또 다른 변화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다면 세컨드 카의 차종의 선택 폭은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 같다. 그래서 세컨드 카의 모습도 쿠페나, 미니밴, 픽업 트럭, 그리고 캠핑 카 등으로 다양해 질 것이다. 이미 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콘셉트의 캠핑 차량도 개발된 사례를 볼 수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