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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교수는 2002년 국내 최초로 대덕대학에 타이어공학과를 설립했으며, 현재 대덕대학 미래자동차학과에 재직중인 모빌리티 전문가 입니다.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된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이호근 교수의 퓨쳐 모빌리티'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고자 합니다.

중고차 사업,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페이지 정보

글 : 이호근(leehg@ddc.ac.kr)
승인 2021-09-05 09:35:40

본문

이호근(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고차 거래 대수는 지난해 387만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차 시장에 비해 1.3배나 커졌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불만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2년 전부터 현대차, 기아를 필두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계획했으나, 이번에도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추가 협의를 앞두고 있지만, 결국 정부 어느 부처도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업체 혹은 중고차 업체의 입장을 떠나서 실제 소비자인 국민들의 권익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 나오는 이유이다. 담당 부서 및 각종 위원회에서도 대기업 참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을지로 위원회에서 또 시간을 끌만큼 끌고 나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중고차 사업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6년 동안 정부 보호를 받아왔다. 2년 전, 중소기업 적합 업종 보호 기간이 끝나면서, 중고차 시장 개방이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최근에서야 완성차의 진출 자체는 단계적 허용으로 합의를 했으나, 세부 협의안에서 합의되지 못한 몇 가지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우선 기존 영세업자의 보호를 위해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을 2021년은 3%로 2022년은 5% 등 최종적으로 10%까지 확대하기로 합의를 했다. 대신 5년·10만㎞ 이하 매물만 취급하기로 하는 조건이 붙었다. 

 

문제는 중고차 거래 범위를 결정하는 부분에서 이견이 생긴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고차 총 거래대수인 250만대를 모수로 잡아 시장점유율을 책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데, 중고차 단체는 총수요 중에서 당사자거래를 제외하고 사업자거래 110만대만을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고차 거래대수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허수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계약 건수를 기준으로 책정을 할 경우에는 판매자와 중고차 매매업자간의 계약이 우선이고, 중고차 매매업자와 구매자와의 계약이 발생한다. 결국 차량 1대당 2건의 계약건수가 발생한다. 

 

이 경우는 거래대수를 기준으로 해서, 허수를 없애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그런데 개인 간 거래를 뺀다는 것은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해외의 경우 중고차를 소개만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회사가 존재한다. 최종 계약은 판매자와 구매자 개인 간 거래로 서류가 남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개인 간 거래를 제외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중고차 시장이 250만대 정도 되는데, 최종적으로 개인 간 거래를 제외한 110만대의 10%인 11만대만을 판매하라고 한다는 것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본다. 수정안은 최종적으로 2025년 이후는 시장 점유율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양보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수용할 수도 있다. 일부 사례일 수는 있으나, 사업자 거래를 당사자 간 거래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결렬 사유는, 중고차 매입 방식이다. 완성차업계는, 보편적인 트레이드인 방식의 매입을 허용해달라고 것이다. 즉, 소비자가 원하면 제조사가 인증 중고차로 매입한 후, 그 외 차량은 공익 입찰플랫폼 등을 통해 아무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소상공인에 우선 제공. 수입차 하는 방식을 주장한다. 

 

반대로 기존의  중고차업계는, 거래 대상 중고 차량을 모두 공익 입찰플랫폼에 올리고, 완성차, 중고차가 동등한 위치에서 '공개입찰'로 차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직접 매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완성차와 중고차 측의 입장차가 더욱 큰 부분이 사실 이 매입방식에 대한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중고차를 팔려는 의지가 있는 모든 사람이, 개인의 선택권이 없이 모조리 이 플랫폼을 통해서 차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플랫폼들이나, 매매업자나, 완성차브랜드나 할 것 없이 전부 이 플랫폼에 차를 올려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 간 거래를 제외하고 내가 신차 영업사원을 통해 중고차 판매를 처리하고 싶어도 안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현재 수입차브랜드에서 하고 있는 트레이드인은 전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고차 업계는 줄어든 거래만큼의 신차 판매 권한을 떼어달라는 요구를 했다. 필자 의견으로는 이 부분에 다다르면 뇌가 정지되는 느낌이다. 더 이상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당장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판매권을 넘기지 못하며, 신차 딜러(영업사원)의 일자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사태도 결국은 규제의 역설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 진출 여부는 둘째 치고, 소비자 피해는 계속 늘어나는데, 수익은 외국계 기업만 누리고 있다. 골목 상권을 보호한답시고 까페베네 입점에 거리제한을 둠으로써, 결국 스타벅스가 요지 상권을 다 차지하는 사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음 달부터 테슬라도 국내에서 중고차를 판매한다고 한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다 보니, 완성차업계에서는 지나친 보호 장벽이 오히려 폐쇄적 산업구조를 구축하게 했고, 이로 인해 고질적 폐해들이 유발되었다는 입장이다.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서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의견은 당연하게 나올 만 하다.

 

 이미 벤츠•BMW•아우디 등 독3사 브랜드는 물론 국내 딜러망을 갖춘 수입차 브랜드들은 대부분 인증중고차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가 중고차를 직접 사들여서 검수하고, 상품성과 품질을 보증하여 고객에게 재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테슬라가 이달 말부터 인증중 고차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판매하는 모든 기종의 인증 중고차를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주행거리 7만 km 이하 차량을 주로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시장에 중고차 매물이 적당히 쌓였을 시점이다. 

 

물론, 인증 중고차가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지만, 제조사에서 점검한 차량 상태와 정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독3사의 인증중고차 판매량도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BMW는 2016년 인증 중고차 판매량이 6,900대였는데, 2018년엔 12,000로 늘었고, 벤츠도 같은 기간 2,600대에서 4,600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국내 완성차제조사만 중고차시장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니, 역차별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번 타다 사태 때에도 많은 소비자들은 택시업계의 불친절 등에 대한 서비스 개선을 요구했다. 그리고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변화해 왔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은 다르다. 지금도 국민의 지지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적합업종으로 보호 받아 오면서도, 자정 능력과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 소비자 불만 상담건수 중 5위가 중고차 관련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를 했는데, 국내 소비자의 76.4%가 중고차시장은 불투명, 혼탁, 낙후되어 있다고 응답했으며,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허위매물 등으로 피해가 끊이지 않아,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협상을 살펴보면, 양측의 주장만 고수하면서 정작 소비자들을 위한 논의는 모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소비자인데 말이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논의는 결국 소비자에게 양질의 중고차를 제공하자는 것이 포인트다. 

 

그럼에도 불투명한 거래 관행 개선이나 가격 인상 우려 등의 논의는 모두 배제되고 있으며, 양측의 과도한 밥그릇 싸움에 자칫 가장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 어느 시장에든 진입을 하면 기존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바로 생존권이다. 중고차 시장에도 분명 영세업체도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기업 진출 시 발생하는 불가피한 소상공인 폐업에 대한 지원이나 업종전환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국토교통부나 중기부가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는 외면하고 대기업 진출만을 억지로 틀어막는 것은 모순으로 보여 진다.  

 

합의 후 상생협력안이 마련될 경우 유효기간은 4년으로 하자는 것도 양측이 동의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도 등 해외 선진국도 초기에는 레몬마켓으로 말썽 많았다. 그래도 점차 소통하며 인증 중고차 시장이 확립된 것이다. 100여 가지 정도 항목을 검사를 해서 중고차의 성능 점검 및 품질 보증을 하면서, 경쟁 상대였던 기존 중고차 업계들도 더 좋은 매물들을 내놓게 되며 시장이 성숙되고 있다. 

 

판매 채널도 굉장히 다양하다. 신차하고 중고차를 모두 판매를 하는 완성차의 업체, 중고차만 판매를 하는 독립된 딜러들, 중고차 중심으로 된 온라인 판매업체. 중고차 매매를 알선하는 업체, 중고차 경매장이 존재하며, 대량 매각을 알선하는 업체 등 굉장히 다양한 채널로 중고차를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쟁 체제가 시장의 발전을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외 케이스를 벤치마킹 하면서, 우리나라도 조금씩 중고차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중고차기업 최초로 케이카가 기업공개, IPO에 나서고 있으며, 체카라는 곳은 중고차 자판기를 도입한다. 케이카의 전신은 SK그룹 중고차 브랜드인 ‘SK엔카’로 딜러와 소비자들을 중개해주는 방식의 다른 중고차업계와 달리, 판매자가 중고차를 직접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상장의 성공여부를 떠나 구매·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시장 내 전반적인 문제로 지적되면서 성장의 한계성 넘어보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것이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중고차 자판기 도입한 체카는 회사가 품질을 보증한 중고차를 모바일 앱을 통해 쇼핑한 뒤, 이곳에서 인도까지 결정한다. 현장에서 차량을 고른 뒤 바로 살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동화로 이뤄질 예정이다. 거대한 중고차 자판기라고 명명하는 이유이다. 중고차 유통마진 등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매우 유리하다. 

 

필자는 최근에 중고차 관련 사단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이번에도 합의를 못보고 늦춰질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정책을 당사자 간 합의로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관련 행정부서와 정부가 필요 없어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해도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이고, 자정능력을 갖추고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고객이 찾아올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2~3만원 받고 15분 내외로 점검한 후,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이런 불만을 없애는 단체를 결성하고자 한다. 점검 항목도 3배 이상 늘리고, 검사 시간도 기존 대비 3배 이상 사용하면서, 책임감 있게 점검하고 잘못된 점검을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경우, 자체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제도장치를 만들고 싶다. 

 

이런 경쟁력이 갖춰진다면 제작사의 진출을 무작정 거부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이런 점검 시스템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대기업과의 협업도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관련 부서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통해 성공적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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