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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모터사이클이 사라져야만 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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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1-23 23: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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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모터사이클 업계에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모터사이클 업계의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폴라리스(Polaris) 그룹에서 빅토리 모터사이클 브랜드를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1998년에 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고작 18년 만에 브랜드를 정리하게 된 것이다. 유서가 깊은 브랜드인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최종적으로 남기로 결정됐지만, 나름대로 독특함을 추구했던 브랜드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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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폴라리스 그룹 내에서도 많은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구매와 부활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이 치명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디언에 투자하는 대신 빅토리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민첩함을 자랑하는 플랫폼을 적용했던 인디언이 선택됐다. 모터사이클 브랜드로써 인디언의 긴 역사도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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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빅토리가 처음부터 불안했던 건 아니다. 빅토리가 등장했던 1998년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을 지배하던 때로, 적어도 미국 경제만큼은 호황을 달리고 있었다. 개인의 수입도 풍부했고 신용도도 넘치던 시절이니 V 트윈 엔진을 탑재한 미국식 럭셔리 크루저 모터사이클이 잘 팔리지 않으면 이상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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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할리 데이비슨이 아직도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모터사이클을 만들던 시절에 빅토리는 새로 제작한 V92C를 내세우면서 등장했다. 할리 데이비슨과는 달리 베거(bagger – 윈드스크린을 약간만 남기고 리어 펜더 상단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의 크루저 모터사이클을 가리킨다) 스타일을 강조한 빅토리는 디자인적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BMW와 KTM 등 다른 모터사이클 제조사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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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이완 맥그리거’가 제작한 모터사이클 투어 다큐멘터리 ‘롱 웨이 라운드’에 자사의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인 R 1150 GS를 지원하며 BMW의 존재를 라이더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KTM도 '다카르 랠리'를 정복하면서 강인한 이미지를 심기 시작했다. 빅토리는 이와 같은 경쟁사의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라이더들에게 빅토리만의 영혼 또는 구매 목적을 심어주지 못했다. 경영진들조차도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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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빅토리는 92C 출시 5년 후에 또 다른 디자인을 추구한 ‘베가스’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다소 과도할 수 있는 크롬 장식과 립스틱 색과도 비슷한 독특한 색상을 적용해 특이함을 추구했다. 그 뒤 2008년에는 ‘21세기의 투어’를 목표로 제작한 ‘비전’을 출시하면서 또 다른 재기를 노렸지만 이번에는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불경기에 접어든 미국의 라이더들에게는 럭셔리 크루저를 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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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파이크스 피크 도전을 통해 엔진 성능의 개선과 자랑을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기 때문에 빅토리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게 늦어졌고, 2013년에는 빅토리 탄생 15주년을 맞아 그때까지 유지해오던 빅토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려고 했었다. 자금을 많이 소모한 것은 물론 브랜드의 재정립이라는 목표도 명확하게 달성하지 못했다. 사실 빅토리에게 조금만 더 시간과 돈이 있었다면, 영국 공장의 화재를 이겨내고 태국에 공장을 세운 후 재기한 ‘트라이엄프’ 처럼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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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빅토리 브랜드에 타격을 입힌 사건은 폴라리스 그룹이 2011년에 인디언 브랜드를 인수한 것이었다. 인디언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가 역사를 이어온 디자인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2014년에 부활한 인디언은 치프 시리즈와 스카우트 시리즈의 판매를 통해 재기했고, 모터사이클 외에도 의류와 기념품 등을 판매하며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물론 할리 데이비슨 만큼의 부가 수익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가 주는 또 다른 가치를 정확하기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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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폴라리스 그룹의 임원들은 빅토리 모터사이클을 구하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했고, 빅토리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만약 그들이 GM이 새턴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배웠던 교훈을 복기할 수 있었다면, 아니면 토요타가 싸이언 브랜드를 정리해야만 했던 이유를 알았다면 어쩌면 빅토리가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빅토리의 딜러들이 일자리를 잃을 이유도, 고객들이 한 순간에 브랜드를 잃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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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브랜드에게 필요한 것은 강렬하면서도 독창적인 비전, 명확하게 정의된 제품이다. GM의 서브 브랜드인 새턴은 비전을 확고히 하지 못했고, 고객의 충성도를 브랜드에 집중시키지 못하면서 정리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싸이언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젊은이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간략하면서도 확고한 명제를 xB 이후 실현하지 못했고, 경영자는 싸이언 대신 렉서스 브랜드에 집중하면서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빅토리 브랜드도 이들과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었고, 동일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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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빅토리 브랜드는 사라지지만, 빅토리에 남아 있던 기술들은 폴라리스 그룹에 그대로 종속되었고 인디언 브랜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사용될 것이다. 무엇보다 폴라리스 그룹이 빅토리 브랜드보다 정체성이 확고한 인디언 브랜드를 남기기로 결정한 것은 지금으로써는 옳은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현재 남아있는 빅토리 모터사이클들은 빅토리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졌음을, 인디언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이 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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